간 증 문

                                                                                                                                     이 헌 재 형제(가정상담야간학교 2016년 수료)

 

  저에게는 아들이 두 명 있습니다. 지금 20대 중반 나이입니다. 저는 아이들 성장과정을 잘 모릅니다. 제 삶의 시간 대부분을 직장 일에 쏟아 부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꼭 필요했던 순간조차도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역할을 몰랐습니다.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 배우지 못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 보아온 육신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몇 가지 장면이 떠오릅니다. 쇳가루 가득한 조그만 철공소에서, 기름에 찌든 새카만 작업복을 입고 일하시는 모습. 일하시고, 또 일하시고, 계속 일하시는 모습.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부지런히 일하셨지만, 늘 가난에 찌든 모습이었습니다. 6.25 전쟁고아와 다름없던 아버지에게는 술만이 세상에 대한 불만을 푸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늘 애꿎은 어머니만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힘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랐습니다. 어느 듯 세상에서의 성공과 출세가 제 삶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악착같이 공부해서 의사가 되고, 세상 사람들이 선망하는 전문인이 되었습니다. 연봉과 지위를 자랑스러워하고, 세상이 주는 즐거움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가정보다는 직장을, 가족보다는 일을 언제나 우선순위에 놓았습니다. 두툼한 월급봉투로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고 여기고, 권위와 아집으로 가정을 이끌어갔습니다.

저는 그런 남편, 그런 아버지였습니다. 하나님의 특별한 인도하심으로 2015년 작년에 BEDTS 훈련을 받았습니다. BEDTS 기간 동안 받고 누렸던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변화된 제 모습을 통해,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하나님께서 하실 일을 기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들과의 관계가 회복되기를 소망했습니다. BEDTS 기간 동안 용기를 내어 말씀과 기도와 축복으로 아들에게 다가갔습니다. 허그를 하고, 스킨십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주지 못했던 친밀한 사랑을 전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외롭고 아파한 큰 아들은 깊은 우울의 늪에 빠졌습니다. 군대를 제대했지만 2015년 여름에 대학 복학을 포기했습니다. 모든 일에 흥미를 잃고 식욕도 잃고 반응도 사라졌습니다. 낮에는 어두운 방 한켠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지냈습니다. 밤이면 야식을 먹으며 늦도록 인터넷 게임에 몰두했습니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는 동안 인터넷 게임중독이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삶의 목적과 의미를 잃은 것입니다. 2015BEDTS 과정 내내 눈물이 마르지 않았습니다. 아이 하나를 영영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두려웠습니다. 하나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하나님께서는 2015년 연말에 가정상담학교로 저의 발걸음을 인도하셨습니다. 가정상담학교에서 처음 본 문구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나는 아무도 변화시킬 수 없다.” 주님은 제 마음을 깊은 회개로 이끌어 가셨습니다. 나의 의와 나의 지식과 나의 노력으로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고자 몸부림쳐 왔던 제 모습을 직면하게 하셨습니다. 그것이 터진 웅덩이에 물을 저축하려 했던 것임을 알게 하셨습니다(2:13). 그 누구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어지는 문구.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 나의 모든 문제를 맡기겠다.” 그랬습니다. 주님께서 초청하시는 성령의 수술대 위에 잠잠히 나를 맡기려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가계도사역을 통해 어린 시절에 육신의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제 삶의 많은 부분도 깨어졌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를 사로잡고 있는 수많은 거짓 메시지들을 발견했습니다. ‘생각을 새롭게 하기강의를 통해 저의 생각이 성경적 진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에 대하여, 세상에 대하여, 타인에 대하여, 나 자신에 대하여. 곳곳에 왜곡된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면아이사역등을 통해 그토록 원망하고 미워하던 육신의 아버지와 나 자신을 용서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더욱더 주님이 보시는 대로 사랑과 수용의 눈길로 자신과 아들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아들에게 나의 연약함과 상처를 있는 그대로 나누었습니다.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요새는 아들이 먼저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먼저 일어납니다. 엄마에게 내일 아침 반찬이 뭐냐고 물어봅니다. 외출하기 전에는 입은 옷이 잘 어울리는지 물어보기도 합니다. 입에 대지도 않던 커피도 마십니다. 사소하기만 한 일상입니다. 하지만 저희 집에서는 너무나 커다란 기적입니다. 어둠이 광명이 되었습니다. 애통의 눈물이 기쁨의 찬양이 되었습니다. 외출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립니다.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립니다. “그렇습니다. 주님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습니다. 주님은 전능하십니다.” 이제 저는 성경의 고백을 마음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이여. 너는 행복한 사람이로다. 여호와의 구원을 너 같이 얻은 백성이 누구냐.”(33:29). 지난 9개월 동안 저를 이끌어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함께 울고 웃은 가정상담학교 간사님, 형제자매님들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