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낮추지도 말고 높이지도 말고(12:2-3)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내게 주신 은혜로 말미암아 너희 각 사람에게 말하노니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생각을 품지 말고(휘페르프로네오) 오직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나누어주신 믿음의 분량대로 지혜롭게 생각하라(소프로네오)”(12:2-3)

 

사도 바울은 큰 강이 흐르는 듯한 도도한 목소리로 로마서 8장까지 하나님의 사랑을 언급한 다음에 9장부터는 어떻게 말씀대로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톤을 낮추어 자분자분 이야기합니다. 8장까지는 마치 모세가 하나님의 언약을 전해주는 것처럼 단호하고 웅장한 태도이지만, 9장부터는 마치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 사도 요한이 손자들에게 요한복음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주는 것 같이 부드럽고 자애롭습니다.

바울 서신은 대개 이런 구성입니다. 앞부분에서는 야단도 치고 화를 내다가도 나중에는 부드러운 사랑의 언어를 들려줍니다. 여기에 사도 바울의 매력이 있습니다.

말씀대로 사는 것-.

바울 사도는 그렇게 하려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해야 한다면서 분별의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을 생각하지 말고 믿음의 분량대로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생각을 품지 말고(휘페르프로네오)’자신을 너무 높이 생각하다의 뜻입니다. 이 단어는 구절의 맨 끝에 나오는 생각하라(소프로네오)’와 상응합니다. ‘소프로네오는 귀신들렸다가 나음을 받고 제자리에 돌아오는 상태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영어의 소버(sober)’ 분수에 맞게또는 진지한’ ‘냉철한의 뜻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분별은 자신을 너무 높이지 말고 분수에 맞추어 냉철하게 게 판단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현실적인 자기 인식이라고 하며, 자기 자신을 너무 높게 생각하거나 낮게 평가할 때 우울증이 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판단은 언제나 신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신약에서 휘페르프로네오는 단 한 번, ‘소프로네오는 일곱 번 밖에 사용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인이 우울증을 많이 앓고 있는 이유는 자신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